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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받쳐 들고 맨발로 걸어볼까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그나마 호우주의보가 아니라 다행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빗줄기가 약해 보인다.
비는 지치지도 않고 저녁을 지나 밤까지 이어진다.
어두워진 저녁 우산을 받쳐 들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이미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 들고 맨발로 운동장을 걷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비가 오든 안 오든 혼자 맨발로 걸을 때는 좀 억색했는데, 익숙한 풍경으로 변했다.
운동장에 켜진 조명은 어둠을 잠시 밀어낸다.
조명 앞을 지날 때마다 넓은 운동장에는 그림자 비친다.
키가 컸다고 금세 작아졌다 한다.
몸매도 아주 날씬하다.
어둔 운동장 바닥에 시시각각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모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늘은 하루종일 내린 비로 운동장 구석에는 물이 고였다.
그래도 대부분 빗물을 빠저나가 촉촉한 맨땅을 드러냈다.
물을 한 움큼 먹은 맨땅은 발바닥을 살며시 받아들인다.
그에 대응해 발바닥은 부드러운 흙속으로 못 이기는 척 빠져든다.
비 오는 날 맨발로 걸을 때마다 느낄 수 있는 일상이다.
올여름은 특히나 장마 기간이 길어져 이런 추억을 많이 쌓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맨발 걷기는 계속된다.
비가 오는 날 운동장에서 야간 맨발 걷기는 색다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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