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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

태풍 '카눈' 스쳐 간 운동장 맨발걷기

by 명천 202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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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이 지나며 남긴 흔적

6호 태풍 ‘카눈’은 힘을 잔뜩 비축했다.

몸집이 커져서일까.

아주 느린 속도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비축한 힘을 어디엔가 쏟아부어야 하는데,

바다에서 끌어모은 힘을 육지에 상륙하여 전국 곳곳에 뿌릴 모양이다.

 

어제 저녁 때부터 비바람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활짝 열어놓았던 창문을 굳게 닫았다.

 

흔들리는-나무
강한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카눈의 위세가 대단하게 보인다.

이른 아침, 아직 상륙도 안했는데, 먼 이곳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하루 종일 나뭇잎은 춤을 춘다.

나뭇가지도 덩달아 춤을 춘다.

뻣뻣하게 굳었다고 생각한 굵은 기둥도 유연하게 춤을 춘다.

 

운동장-맨발걷기
물 고인 운동장 맨발걷기

 

늦은 오후 들어서야 비도 바람도 잦아들었다.

이슬비 내리는 운동장에서 맨발걷기를 시작한다.

 

운동장 가에 나뭇잎이 수북하게 쌓였다.

마른 나뭇가지도 부러져 아래로 떨어졌다.

 

살아나는-풀
빗물에 살아나는 풀

어젯밤 찍었던 발자국 도장은 흔적을 감췄다.

강한 햇빛과 폭염에 말라가던 풀들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태극기는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펄럭인다.

 

호우와 태풍에도 운동장은 이래서 좋다.

그 많은 물은 배수로를 따라 거의 흘러갔다.

 

순간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한 손으로 잡았던 우산을 두 손으로 꼭 잡아 중심을 잡는다.

 

물-고인-곳
물 고인 곳

 

운동장에도 물길이 있다.

아무 곳이나 흘러가지 않는다.

 

물길 따라 흐르다가 잠시 멈춰 쉬어가는 물도 있다.

물속으로 첨벙첨벙 물살을 가르며 걷는다.

 

촉촉해진 맨땅도 좋지만, 물속에서 걷는 그것만큼은 못 하다.

잠시 물속을 맨발로 걷는 것은 아주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아직도 하늘에 태풍 기운 남아있다.

그 위세는 약해졌지만, 계속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함을 선사한다.

 

태풍 카눈이 지나간 후, 운동장엔 아직 흔적이 남았다.

계속 이슬비 뿌린다.

 

2023.08.10 - [맨발로걷기] - 비 쏟아지는 운동장 야간 맨발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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