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186회의 주제는' lucky happy enjoy '였다. '지선아 사랑해'의 주인공 이지선 교수님이 출연했다. 사고 후 표현하기 힘든 재활과정을 이겨냈다. 공부에 뜻이 있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후, 2023년 교수가 되어 모교로 돌아왔다. 사고가 난 이후 그의 삶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최근의 근황까지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세상은 이지선 자기님에게 물었고, 이지선은 자신을 답했다.
그때 이야기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평범했던 일상을 순식간에 바꿔놓은 사고가 있었다. 23년 전, 유아교육과 4학년이었던 당시 대학원에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옆 학교에 다니던 오빠가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타고 평상시처럼 다니던 길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차 안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던 중에 음주 운전자가 사고를 내고 도망가던 음주 운전자가 뒤에서 차를 들이받았다. 다른 6대 차량에 부딪히면서 차량에 불이 붙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자신에게 먼저 불이 붙었고, 오빠가 꺼내는 과정에서 화상을 입었다. 오빠가 티셔츠를 벗어 불을 끄고 병원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전신 2도 화상을 입었다.
어떤 상태였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기억이 전혀 없는데, 오빠한테 들은 얘기로는 의사분들이 “동생이 화상이 문제가 아니다. 맥박도 안 잡히니 곧 갈 것 같다. 작별 인사 해라.”라고 했단다. 오빠는 “좋은 동생이었다. 잘 가.”라고 인사를 했는데, 아직까지 안 가고 이렇게 살아있다. 작별인사는 받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아있다.
며칠간은 뚜렷한 기억이 없었다.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과 사람들이 나를 둘러보고 있는 느낌이 있었다. 의식이 돌아온 후에도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상황에서 발로 “여기가 어디야?”라고 물으니, 엄마가 사고가 있었다는 설명을 해주셨다. “지선이가 많이 다쳤어.”
사고 10일째, 첫 수술의 기억
상한 피부를 걷어내는 수술이었다. 수술을 받고 나면 나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상한 피부를 걷어내고 나니, 감각이 살아나면서 더 심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가 이런 소리일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고통과 통증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누워서만 지내다가 실밥을 뽑아내고 앉아서 처음 보게 된 화상 부위는 태어나서 처음 본 장면이었다. 살색이라고 부르는 피부가 없는 상태를 보게 되고는 "살 수 없는 상황이구나" 하는 것을 직감했다. "엄마, 내가 살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지가 않아. 우리 마음의 준비를 하자."
살아서 나가야겠다, 엄마와 친구들의 사랑
중환자실에서 옆에 있는 환자들이 돌아가시는 걸 밤마다 보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랑 낮에 이렇게 얘기하지만, 밤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너 다시는 상처 보지 않겠다고 약속하자.”라고 하셨단다.
엄마가 입에 밥을 막 밀어 넣으시면서 기도를 하셨다. “이게 지선이 살이 되고 피부가 되게 해 주세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그 밥을 받아먹으면서 “살아서 나가야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마음으로 지지말자.
그 당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두 가지, 아픈 거 참는 것, 밥을 먹는 거였다. 그리고 살아남아서 중환자실을 나오게 되었다. 힘든 과정이었을 텐데, "다 닥치면 합니다."라고 지선님은 말했다.
여러 생각을 하던 중, 엄마에게 "엄마인생이랑 내 인생이랑 바꿀 수 있으면, 엄마가 좀 바꿔줄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엄마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엄마가 바꿀 수 있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엄마는 바꿔주지."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엄마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가족분들이 교수님 앞에서는 절대 울지 않았다. 엄마가 중환자실에서부터 “괜찮아, 괜찮아, 지선아 괜찮아.”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진짜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계속되는 고통에서 큰 힘이 되었다.
7개월 동안 병원에 있었는데, 친구들이 병문안을 올 때, 병원 문 앞에서 울면 안 돼 서로 다짐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친구들은 눈앞에 보이는 그 모습이 아니라, 고등학교 때와 똑같이 서로 웃으면서 지냈다. 웃는 게 고통을 이기게 된다.
아버지에게 한 말, 용서했다고 말해달라.
혹시 가해자가 찾아오면, 용서했다고 말해달라고 말을 했다. 아버지가 사고 설명을 하시면서, 보통은 합의해 달고 찾아오는데 아무도 안 온다고 했다. 그때, 아버지에게 한 말이다.
이미 자신에게 닥친 고통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노하는 감정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그것만큼은 피할 수 있도록 신의 배려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잊고 살았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그래 가해자가 있었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잊어버리고 살아남는 것,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며 힘을 모을 수 있었다.
"안녕, 이지선.", 거울 속 새로운 나와 만남
사고 7개월 뒤 퇴원을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은 치료받으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피부는 갖게 되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과 마주했고 또 다른 어려움의 시작이었다.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힘들었다.
거울을 보다가 “안녕, 이지선”이라고 했다. 숟가락에 비친 얼굴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 눈썹도 없고 외계인 같다는 것이 처음 느낌이었다. "이거 아닌데, 나 이렇게 안 생겼는데."라며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내 모습이었다.
그때 보게 된 것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빛이었다. 내 모습이 달라졌는데도 내 피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래 사랑했던 내 동생을 보고 있었다. 달라져 버린 모습임에도 변함없었던 나를 보는 눈빛들, 그 눈빛들을 보면서 “이 사랑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거울 앞에 용기를 내서 서게 되었다.
처음 보는 분이 거울 속에 있었다. 처음 만나면 인사를 하게 된다. “안녕. 이지선”이라고 인사를 하면서 거울 앞을 지나갔다. 자주 보면서 정이 들고 자신과 다시 친해질 수 있었다.
당신처럼, 내 삶에도 희노애락이 있다.
지선아 사랑해, 사고 3년 후인 2003년 인간극장 ‘지선아 사랑해’ 편이 방영 에세이 <지선아 사랑해>를 출간해 세상에 지선의 이야기를 알리게 되었다.
가족들은 tv 출연을 걱정했다. 인간의 삶에는 희노애락이 있다. 누구나 그렇게 된다. 그러니 너무 특별하게 여기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했다. 자신의 삶을 보여주면, 살기 편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지선이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지선씨처럼 오늘을 잘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이해의 눈빛으로 바라봐 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에 나갔다.
‘사고를 만났다’라고 말을 바꾼다는 것은
사고를 당했다가 아니라 사고를 만났다. 당했다는 표현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자예요."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피해자로 살고 싶지 않았다.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참 많았다.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을 많이 얻게 되었다.
만났다고 말한 순간부터 이 사고와 헤어지기 시작했다. 불행을 만났을 때, 자기 자신에게 다시 쓰기 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자신이 다시 쓰기를 할 수 있었던 힘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새롭게 봐주는 환자나 장애인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로 봐주는 그 힘이 제가 피해자로 살지 않고 다시 이지선으로 살아가게 된 거 같다.
누군가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동화 속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감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 희망의 힘으로 오늘을 또 하루를 살아나가다 보면, 분명 그날이 올 것이다. 꼭 계획한 대로 흘러가진 않더라도 내 인생도 꽤 괜찮을 것이다.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고, 세상 밖으로 나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이지선 님의 내일에도 행운이 더해지기를 기대한다.
오늘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만남은 이어질 것이다. 그것이 좋든 싫든 만나게 될 것이다. 잃는 것도 많겠지만,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도 꽤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하루를 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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