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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서쪽에 머물던 달, 하루하루 서서히 차기 시작하며 동쪽으로 이동하더니 꽉 채워졌다.
내일이 보름인데, 지금 보이는 저달도 보름달이나 다름없다.
보름달 바라보며 맨발걷기
어두운 운동장 비쳐주던 전등 불빛 꺼지고 어둠이 더 짙어졌다.
그러나 오늘은 달빛 빛난다.
한낮 햇빛과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는 못하지만, 어둔 운동장엔 달빛 비쳐 희미한 그림자도 비친다.
깊어가는 가을밤 운동장에서 맨발걷기도 소리 없이 깊어만 간다.
운동장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밤하늘 보름달도 한 발씩 성큼성큼 움직이는 듯하다.
동쪽 하늘에만 머물 것 같던 보름달은 벌써 중천에 떠 올랐다.
햇빛 같으면, 눈부셔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데, 둥근 보름달은 아무리 바라봐도 눈 부시지 않는다.
잠시 발걸음 멈추고 보름달 쳐다보며 담아본다.
햇빛 비치는 한낮에 따스하던 맨땅은 해가 넘어가자마자 온기를 잃은 듯하다.
맨땅의 찬기가 발바닥으로 온전히 전해진다.
운동장 흙만 찬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바람이 없음에도 찬 기운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겉옷 지퍼도 목까지 끌어 올리고 두 손은 호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양손을 모아 뒷짐을 지기도 하고 앞으로 모아 온기를 모으기도 한다.
오늘 오전에는 따뜻한 햇빛 비치는 대청호반에서 맨발걷기를 하며 산책을 했다.
호숫가에 무성하던 참나무들도 하나둘 나뭇잎 떠나 보내고 있다.
산책로엔 낙엽 수북하게 쌓였다.
며칠 남지 않은 10월 지나면, 나뭇가지만 남고 모두 떨어질 것이다.
대청호숫가에서 운동장에서 맨발걷기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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