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지하차도와 동광장이 없던 때, 대전역 뒤는 좀 소외된 곳으로 여겨졌었다.
지금이야 지하차도가 연결되어 교통도 편리해졌다.
대전의 hot한 곳 중 하나인 소제동에 대전전통나래관이 있다.
- 주소 : 대전광역시 동구 철갑 2길 2(소제동)
작년부터 열리고 있는 전시회, 초목을 보려고 한다.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 전시회는 내일 종료된다.
2층으로 올라가 상설전시장을 돌아보고, 3층 기획전시장으로 올라갔다.
계단으로 오르던 중 창밖의 모습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 2층 : 상설전시장
- 3층 : 기획전시장
2022 대전전통나래관 기획전, 초목(草木), 새로운 생(生)의 기록
3층 기획전시실 입구이다.
정면에 초목, 새로운 생의 기록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대전 무형문화재 6 종목 명단.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 소목장 방대근
- 악기장(북메우기) 김관식
- 초고장 양중규
- 악기장(가야금) 표태선
- 목기장 김인규
- 대목장 홍경선
문으로 들어가니, 왼쪽 벽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나무들은 긴 생각을 지니고 있다.
우리들 보다 더 오래 살며, 호흡은 길고 고요하다.(헤르만 헤세 ‘정원일의 즐거움’ 중에서)
그리고 오른쪽 벽에 전시회에 관한 전반적인 과정을 멋진 글로 소개하고 있다.
생(生)과 멸(滅)의 순환적 변주
죽어서도 살아 숨 쉬는 풀과 나무
풀로 삼은 신, 나무로 만든 그릇, 흙과 돌로 지은 집 -
우리는 예로부터 초목(草木)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살아왔습니다.
전 국토의 75% 이상이 산지인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 덕분에 초목을 활용해 삶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풀과 나무는 자연을 품은 모습 그대로 우리의 삶에 내려앉았습니다.
풀과 나무는 자연에서 자라고 있을 때에는 자연 그 자체로 살아있지만, 베어져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을 때는 인간 삶의 의미를 품은 채로 다시 태어납니다.
풀과 나무는 그 모습을 기꺼이 변주하여 생(生)과 멸(滅)의 순환적 반복 사이에서 우리와 공존합니다.
늘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시선을 달리 보면 풀과 나무는 매 순간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 봄과 겨울 사이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영원히 사라지지도 또 영원히 존재하지도 않고 무한히 움직입니다.
1. 기다림, 자연이 깊어지는 시간
초목으로 만드는 작품들의 완성도는 결과 풀과 나무에 의해 결정됩니다.
건축, 생할 용품, 악기 모두 각각의 특성에 적합한 재료를 사용해야 기능적으로도 미(美)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풀과 나무는 각 지역의 생장 조건에 따라 색상, 강도, 무늬의 결이 다릅니다.
장인의 오랜 경험과 안목으로 작품에 적합한 재료를 선별하고 나면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자연의 초목이 좋은 재료가 되기까지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곡식을 수확하고 낙엽이 진 이후에 베어진 풀과 나무는 모든 계절을 지나며 볕을 쬐고 눈과 비를 맞아야 좋은 무늬와 깊을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최소 1~2년에서 최대 10년까지 긴 건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작품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재료에 있는 수분과 송진들이 다 빠져나가야 작품 제작 후에 뒤틀림 같은 변형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조의 과정을 통해 풀과 나무는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집니다.
좋은 재료가 되기 위한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일이야말로 초목 소재 작품의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2. 덜어냄, 안과 밖을 채우기
오랜 기다림의 끝에 만나게 된 좋은 재료는 장인(匠人)의 아문 손끝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습니다.
초목은 하나의 작품이 되기 위해 잘리고, 깍이고, 다듬어져 본질만 남을 때까지 제 살을 덜어내는 과정을 겪고 나서야 그 쓰임에 맞는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덜어내는 일은 곧 채우는 일입니다.
안으로는 장인의 정신과 정성을 채우고 밖으로는 쓰임을 채웁니다.
자연의 자료에 세우러이 묻은 도구와 장인의 연륜이 쌓인 기술이 더해져 투박함은 덜어지고 정교한 아름다움은 더해집니다.
천 번의 손길로 깍이고 다듬어지는 풀과 나무를 통해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덜어냄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초목 기획전시회 홍보 안내물)
긴 기다림 의 깊어지는 시간이 지나고, 장인의 손끝으로 다듬어지는 과정이 영상 속에 담겼다.
영상을 꼭 보지 않더라도 도구 하나하나에 장인의 정성이 묻어난다.
올해도 다른 기획전시가 계속될 것이다.
전시는 내일 종료되지만, 2층 상설전시장에서 기획전시에 참가했던 분들이 소개되고 있다.
대전역 동광장에서 가까운 곳, 소제동 대전전통나래관에서 지금도 살아서 숨 쉬고 있는 전통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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