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가 있는 논두렁에 돌나물 싱그럽다.
이제 때가 되었는지 노란 꽃 피기 시작한다.
고추와 보리수 열매를 따면서 생각한 것은
오늘 할 일은 고추 따는 일이다.
비닐하우수 안으로 들어가니 일렬로 줄 맞춰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고추 밭을 만났다.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고추대 키에 눈을 맞춘다.
하얀 고추꽃을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하기도 오랜만이다.
고추가지에는 많은 고추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수많은 고추 중 어디로 손을 뻗어야 하나.
너무 크면 딱딱하여 씹기가 어렵다고 한다.
너무 작은 것을 따도 안된다고 한다.
눈으로 판단해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손에 촉감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오랜 경험이라도 있다면, 느낌이라도 있을 텐데,
경험도 없으니, 어찌 보면 대충 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든 겉모양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물건도 이럴진대,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일 일 듯하다.
누구나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대한다.
마을을 알아주니 않으니 섭섭하고 속상해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허리에 통증이 느껴진다.
일어서서 허리를 뒤로 젖히고 기지개를 켜기를 반복한다.
고추 밭 옆에 감자꽃도 활짝 폈다. 하얀색 꽃은 좀 애처로워 보인다.
무성해진 호박 덩굴에도 노란 꽃 하나 둘 피기 시작했다.
뒤뜰에 있는 큰 보리수나무 가지 축 늘어졌다.
열매가 많이 달리기도 했지만, 이전에 내린 비바람에 힘을 못쓰고 있단다.
열매를 따서 입 안에 넣어보니 맛이 제각각이다.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
떫은 것들이 훨씬 더 많다.
보리수 열매를 따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잡았던 가지를 놓고 수확하려던 마음을 접었다.
모든 것에는 이렇게 때가 있다.
씨를 뿌리고 심어야 할 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할 때,
마지막 거둘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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