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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냥 내버려두면', 혹독한 감기로부터 강제 휴식

by 명천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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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처방받은 감기약

 

다섯 알 반, 처방받은 감기약

크리스마스날 늦은 밤에 감기가 찾아왔다. 그러려니 했는데, 밤새 콧물이 나기 시작한다. 조금씩 목이 근질거린다. 

 

코로나19 기간에도 걸리지 않았던 감기가 몇 년 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감기로 인해 병원을 가본 기억도 희미하다. 

 

오전 내내 누워 있다가, 점심때 지나 병원을 찾았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전에 다니던 이비인후과 병원이 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넓은 대기실이다. 창가로 빙 둘러선 의자와 안에 설치된 의자에는 한 자리 건너 띄엄띄엄 자리 잡은 감기 환자분들이 기다리고 있다.

 

앞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 적힌 대기인원을 보니 10명이 넘는다. 기다리는 동안 대부분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있는 것은 쉽지 않은 세상이다. 호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 보려다가 손을 멈췄다. 감기로 힘든 상황인데,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 분씩 호명되는대로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선생님을 만난다. 그보다 병원문을 열고 들어오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 비었던 의자는 빈틈없이 거의 꽉 찼다.

 

진료를 받은 후, 3일간의 약을 처방받았다. 모든 약 봉지 표면에는 아침, 점심, 저녁이 순서대로 적혀있다. 점심 때는 4알 반인데, 아침과 저녁은 똑같이 5알 반이다.

 

별도로 약이 하나 추가되었다. 각각 1개씩 들어있는 약 3개를 받아왔다. 염증을 예방하는 것으로 잠자기 직전에 먹는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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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추면 , 일주일 집콕

밤새 찾아 온 손님, 감기는 보따리에 여러 가지를 싸들고 온 듯하다. 첫날에는 콧물을 풀어 놓더니, 목 기관지에 근질거림이 더해진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한 개씩 더 추가된다. 간헐적으로 나던 기침은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슴통이 진동하고  아랫배까지 울리며 요동친다. 가슴과 배 근육에 통증이 느껴진다. 기침이 나면 양손을 가슴과 배에 대고 통증을 줄이려 했다.

 

오래전에 사 두었던 주사기 형 코세척기를 꺼냈다. 요즘은 새로운 모형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처음 코세척기를 구입할 때는 식염수를 사용했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작은 컵에 정수기 물을 받은 후, 미세한 죽염을 살짝 넣고 미지근하게 만들어 사용했다.

 

다행이다. 만 4일이 지난 후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코막힘과 콧물, 기침의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무리하지 않고 계속 외출을 하지 않고 집콕을 이어간다.

 

지난 12월 29일  '호흡기 질환 비상! 기침과 가래가 보내는 SOS'라는 프로그램이 EBS 명의에서 방영되었다. 오랫동안 그치지 않는 기침과 가래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분들의 치료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감기가 천식, 폐렴 결국에는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기침을 하는 것은 지금 호흡기가 아프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라고 한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신다. 

 

과하면 탈이 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말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나 보다. 몸은 힘들면 반응한다. 작은 반응을 무시하지 말고 예민하게 알아차려한다. 그리고 대응해야 한다. 

 

EBS  귀하신 몸, '좋은 간, 나쁜 간, 이상한 지방 간' 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 선생님 말씀이 기억난다. 환자분이 간을 건강하게 하려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묻는 때가 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응답으로, 간에 좋은 무엇을 먹으려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면, 간은 자연스럽게 회복이 되고 치유된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볼 때, 그랬던 것 같다. 늘 무엇인가 좋다는 것을 하려고 했다. 몸은 계속 내버려 두라고 하는데도, 욕심과 과욕으로 더하기만 한 것은 아닐까.

 

무엇을 해야 몸이 좋으질 때가 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좋아지는 때도 있다.

 

감기와 동행한 일주일, 집 앞 운동장도 공원산책로도 나가지 않고 집콕했다. 어떻게 보면, 강제적인 휴식 시간이 된 듯하다. 그러니 몸은 제 자리를 찾고 회복되어 간다. 

2023.12.22 - [일상] - 이마에 땀이 흐를 때까지 기다림, 사우나 반신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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