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갑사, 단풍 떨어진 풍경
2022년 11월 9일, 가을도 깊을 대로 깊어간다.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에 날씨도 포근한 오후 시간이다. 갑사로 들어가는 길로 들어섰다. 일주문 지나서 사대천문으로 가기 전에 동행한 선배님 갑사 자연관찰로 방향으로 가자고 한다.
갑사자연관찰로로 들어섰다. 길바닥에는 단풍 떨어져서 수북하게 쌓였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들린다. 많은 시간 눈을 즐겁게 해 줬음에도 아직 나뭇가지에 단풍 걸려있다.
늦게 단풍 보러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주변의 단풍을 바라보며, 지난날의 추억 속으로 빠져 들었다.
숲 속의 보약인 피톤치드에 관한 설명이 표지판에 상세하게 적혀있다.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 등에 저항하려고 분비하는 천연 항균물질로 특히, 소나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시기적으로는 나무가 잘 자라는 초여름과 늦가을이 적기이고, 하루에는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사람이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 기능이 강화되어 얼굴색이 아름다워진다.
갑사의 자연관찰로를 걸으면서 피톤치드를 마시면, 얼굴색이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소망을 품고 보물 제256호인 갑사 철당간 지주가 있는 숲으로 왔다. 땅에 닿을 듯 늘어진 나뭇가지에 마지막 단풍 햇빛에 빛난다.
보통 사찰에 당간이 하나면 깃발을 달아 사찰에 행사가 있음을 널리 알리는데 이용되었고, 당간이 두개면 괘불을 걸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철당간에서 몇 발짝 올라서면 작은 마당에 보물 제257호인 갑사 승탑이 있다. 승려의 사리를 담은 작은 탑이라고 한다. 탑 정면으로는 대적전이 있다.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선배님은 대적전이 있는 이곳이 본래 갑사 대웅전이 있었던 곳이라고 했다. 대적전이 있는 돌담장 옆으로 돌아 나왔다.
자연관찰로를 한 바퀴 돌았다. 대웅전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 위에 노란 은행잎을 깔아 놓았다. 하늘을 바라보니 커다란 은행나무 가지에는 아직도 단풍이 넉넉하게 보인다. 나뭇가지에 있을 때나, 땅 위에 떨어졌을 때나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늘 즐거움을 전해준다.
단풍이 곱게 물든 계룡갑사 마당에 사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자연의 광경도 멋지고, 사진 속의 모습도 아름답다. 갑사에는 국보가 한 개 있다.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전시된 한 장의 사진 속에 들어 있다.
국보 제298호인 삼신불괘불탱의 사진 속 모습이다. 직접 보려면, 큰 법회가 있을 때 와야 할 것 같다. 평상시에는 다른 곳에 보관한다고 한다.
길이 12.47m, 폭 9.48m에 이르는 초대형 쾌불화로 조선시대 효종 원년(1650년)에 완성된 17세기를 대표할 만한 수작이다.
이 탱화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석가모니불과 노사나불 등 삼신불이 진리를 설법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괘불로서 비로자나삼신불화라고도 한다.
괘불이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던 대형 불교 그림을 말한다.
사진 구경을 하고 대웅전 마당으로 올라섰다. 가까이 다가가니 활짝 피어있는 국화꽃 향기가 진동을 한다. 꿀벌들도 겨울준비로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다.
갑사 대웅전은 보물 제2120호로 석가모니를 모시는 공간이다. 공주 갑사 대웅전은 원래 지금의 대적전 근처에 있었다. 정유재란 때 불에 타 없어진 후, 선조 37년(1604년)에 갑사 전체를 현재 자리에 다시 세워졌다.
그러나 병자호란를 거치며 또 훼손되어 효종 5년(1654년)에 보수를 마쳤고, 이후 고종 12년(1875년)에 24칸 건물로 증축했으나 지금은 15칸만 남아있다.
건물 안에는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 사보살입상이 모셔져 있고 그 뒤에는 삼세불(과거, 현재, 미래에 출현하는 모든 부처)을 그림으로 표현한 불화가 있다.
대웅전 옆으로 올라서면, 보물 제582호인 월인석보판목 보장각이 있다. 직접 볼 수는 없고, 보장각 안에 보관하고 있는 듯하다.
월인석보 판목은 선조 2년(1569년)에 새겨진 판목이다. 월인석보를 새겨 책으로 찍어내던 판각으로서 갑사에 유일하게 남아있다고 한다.
월인석보는 월인천강지곡을 본문으로 하고, 석보상절을 설명으로 하여 세조 5년(1459년)에 편찬한 불교대장경이다. 석보는 석가모니불의 연보 즉 그의 일대기라는 뜻이다.
갑사 자연관찰로와 경내를 돌아보며, 산책을 마쳤다. 풍성한 단풍 구경을 하고 돌아 나가는 길이다. 사천왕문 앞 길 위에도 단풍 떨어져 쌓여간다.
늦가을 날 저녁시간이 다가오는 시간임에도 기다리고 있는 단풍을 찾아오는 사람들 많이 보인다. 나가는 사람,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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