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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늘의 행복 충전소

by 명천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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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행복 충전소는 어디에 있을까


지하철을 타러 가고 있는 중이다. 집에서 출발하여 역까지 걸으면, 대략 15분 정도 걸린다. 늘 다니는 길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길을 걷는다.

 

나뭇잎도 거의 떨어지고 시선을 끄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 단독 주택이 있는 곳에 감나무가 있다. 감나무 잎은 떨어진 지 오래된 듯하다. 어떤 감나무는 잎이 그대로다. 감나무도 나무마다 개인차가 있는 것일까. 각자의 시간이 다른 듯하다.

 

휴대전화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아직 감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감들은 어떻게 될까. 완전한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는 중인가. 아니면 까치밥으로 남겨 놓은 것인가.

 

감나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감

 

지하철 역으로 들어섰다. 한 발 한 발 발길을 내딛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교통카드를 찍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다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행복충전소이다. 이전에 지나가면서, 충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다른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오늘 시선이 끌렸다.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다. 

 

행복충전소란,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권 확보를 위해 전동휠체어 및 스쿠터를 급속 충전하는 장소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열차 도착 시각을 확인하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조금 전에 보았던 것이 마음에 맴돌았다. 오늘의 행복충전소는 어디에 있을까.

 

열차 안은 사람들이 많았다. 열차 안 구석에 서서 계속 생각했다. 나의 행복 충전소가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행복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모두 그곳으로 향할 것 같다.

 

행복충전소
지하철 역 행복충전소

 

열차에서 내린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볼 일을 본 후,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걷기에 좋은 포근한 날씨이다. 땀이 나기 시작하여 겉옷을 벗어 들고 걸었다.

 

근처 공원에 단풍이 지고 있다. 단풍잎 떨어진 길 위를 천천히 걸었다. 색이 바랜 넓은 잔디밭 위를 유유히 가로질렀다. 산책하거나 의자에 앉아서 햇빛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공원
단풍나무가 있는 공원

 

공원-잔디밭
넓은 잔디가 있는 공원

 

높은 상가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고 교통이 혼잡한 거리로 들어왔다. 사람들도 바쁘게 오가는 곳이다. 그 거리 한복판에 조각품이 서 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주 보는 눈빛은 어땠을까. 나는 너를 믿고, 너는 나를 믿고 지지한다는 의미였을까. 

 

조형물 아래에 작은 글씨로 '화합'이라고 적혀있다. 언제 어디서나 화합하는 것이 필요한 세상이다. 한 발은 아니더라도 반발씩 만이라도 물러선다면, 좀 더 화합의 장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조각품
조각품, 화합

 

도심을 빠져나와 천변으로 내려왔다. 플라타너스 잎이 떨어져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냇가에 버드나무 가지는 늘어질 대로 늘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갈대들도 굴하지 않고 여전히 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자기의 흔적이 사라질때까지 그렇게 있을 듯하다.

 

천변-가로수
천변 플라타너스 잎

 

버드나무와-갈대
천변 수양버들과 갈대

 

가을 가뭄에도 아직 물이 끊어지지 않고 흐르고 있다. 돌다리를 성큼성큼 건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흐르는 물살을 가르며 저항하고 있는 물고기들이 떼 지어 돌아다니고 있다. 살금살금 다가가는데도 저 멀리 달아난다. 작은 울림도 물고기는 크게 느껴지나 보다.

 

물 가운데에서 태평하게 일광욕하던 왜가리도 놀랐는지, 하늘 공중으로 치솟는다. 날개를 활짝 펴고 날고 있는 왜가리는 더 편안한 곳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돌-징검다리
돌 징검다리

 

냇가-물고기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

 

공중-날고-있는-왜가리
공중으로 날고 있는 왜가리

 

천변 길을 걷고 도로로 올라섰다. 집에 거의 다가가는 중이다. 인도에 노란 은행잎 쌓여간다. 초등학교 운동장 가에 떨어진 낙엽들을 깨끗하게 쓸어 모았다. 

 

가로수-은행잎
가로수 은행잎

 

운동장-낙엽
운동장 낙엽

 

 

집 근처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 열매는 힘겹게 매달려 있다.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 힘 빠진 열매들만 지붕 위로 내려와 편히 쉬고 있다.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개인차가 있을 지언정,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은 삶의 목적, 존재의 목적일 수 있다. 

 

행복은 충전할 수 있을까. 행복을 충전하는 곳이 있을까. 그것은 각자의 행복에 대한 가치와 생각에 달린 것 같다. 오늘 길을 걷고 보며 느낀 순간들이 모두 행복충전소였다.

 

지금 이 순간 각자 머무는 곳에서 행복을 넉넉하게 충전하면 어떨까. 그곳이 행복충전소가 될 것이다.

 

은행나무
많은 열매가 달린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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