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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둔치 고개 내민 민들레 깃털
이른 아침 천변 둔치를 걷고 있다.
꽃을 보기는 늦은 계절이고 깨끗하게 정리된 넓은 둔치를 바라본다.
그 어느 것 하나 고개를 높이 쳐든 것이 없다.
예초기가 사정없이 지나간 자리, 모두 겁에 질려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어찌 고개를 들 수 있었겠는가.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빠르게 회전하는 칼날과 주변을 주눅들게 하는 굉음에 그저 기죽이고 침묵으로 일관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둔치에 살아남은 식물들은 가을까지 더 이상 솟아날 힘이 떨어졌는지
시간 흘렀음에도 모두 오래 전 모습 그대로다.
산책로를 걸으며, 무엇이라도 찾아내려는 듯, 계속 둔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지난다.
그때 살며시 고개 들고 있는 민들레 씨앗을 품고 있는 깃털을 발견했다.
여럿도 아닌 단 하나 외롭게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 가까이 살펴본 민들레는 가을이 가기 전에 비행 준비를 마친 듯하다.
예리한 칼날이 지나갈 때쯤, 땅 바닥에 머리를 깊이 박고 있었을까.
모두 다 떠난 자리에 살아남아 용기 있게 고개를 내밀었다.
작은 민들레 길털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 비행할 수 있는 바람이 불어오기를 오랫동안 참고 참아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민들레는 또 다른 생명을 시작하려 늦은 가을까지 참고 기다렸다.
민들레의 생명력이 대단하고 위대하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기 전, 새 생명이 시작할 수 있는 곳까지 안전하게 날아가 자리잡고
내년에는 가을이 아닌 따뜻한 봄에 노랗고 예쁜 꽃 피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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