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활짝 핀 영산홍 두 송이
가을꽃, 코스모스도 떠나간다.
국화는 절정을 치닫고 전시회도 한창이다.
코스모스와 국화가 대세인 지금, 웬 영산홍인가.
집 앞 문열고 나서면 산책로 화단에 영산홍 화단이다.
봄이면 자색 영산홍이 주를 이루고 흰색 영산홍도 섞여 피는 곳이다.
영산홍 꽃피고 사라진지는 오래되었다.
나뭇가지만 솟아오르고 잎은 무성해졌다.
3일 밖에 남지 않은 10월 오후, 눈을 의심케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무성한 영산홍 화단, 그것도 나무 아래 살짝 하얀 것이 보이지 않는가.
꽃인가. 잘못 본 것은 아닐까.
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꿇고 고개 내밀어 가까이 들여다 봤다.
아, 하얀 영산홍 꽃이다.
딱 두송이 활짝 피었다.
모든 일에 때가 있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심을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영산홍의 개회시기는 4 - 5월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영산홍 두 송이가 10월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깊을 가을날 활짝 폈다.
영산홍 두 송이을 담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혼잣말로 지껄이며 생각한다.
"지금이 어느 땐데, 활짝 핀 거야.
때를 잘못 알고 핀거 아냐."
"영산홍 개화시기인 4 - 5월에 피어야지.
그때는 뭐 하고 지금 찬 바람 느껴지는 이때에 핀거야."
그런데, 개화시기에 활짝 폈었는지 확인해 볼 길은 없다.
그때, 활짝 폈다가 다시 피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지금 핀 두 송이는 봄에 피는 때가 아니었을까.
지금 핀 두 송이는 가을에 피는 때가 맞는 것이 아닐까.
모든 일에 때가 있다고 했는데, 가장 적절한 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한다.
필 때가 봄이 아닌 가을인지 그것도 알지 못한다.
모두 피어날 때, 피지 않는다 해서 영산홍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사람도 그렇다.
모든 사람도 각자 필 때가 있다고 한다.
모두 필 때 피지 않는다 해서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때가 되면 핀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할지라도.
사람도 때가 되면 핀다.
바라보고 기다리기만 하면 말이다.
깊어가는 가을 산책로 옆 나무 가지와 나뭇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은 곳에 활짝 핀 영산홍 두 송이를 마주쳤다.
그리고 모든 일에 때가 있다는 말을 되새겨 보았다.
지금 그때인가.
알지 못한다.
내가 할 일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기다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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