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며 매일 지나치는 곳 울타리에 나팔꽃 폈다.
울타리 타고 올라 걸터앉은 나팔꽃, 어제 그 모습이다.
선선한 바람에 몸을 잔뜩 움츠렸나 보다.
마음을 닫은 듯 활짝 피지 못하고 꽃잎을 안으로 감았다.
내려갈 때 본 나팔꽃 한 송이
공원에서 천변으로 내려가려 무심코 돌계단을 내려선다.
돌계단 가운데는 도로 중앙선을 그려 놓은 것처럼 철난간 튼튼하게 서 있다.
중앙 철난간 아래 나팔꽃 한 송이 보인다.
줄기에 붙어있던 잎들은 먼저 떠난 것일까.
앙상한 가지처럼 줄기만 남아 늘어졌고 꽃 한송이만 남았다.
혼자 남아 외로울듯도 한데, 꽃 모양새 만큼은 오히려 당당해 보인다.
천변 주변 넓은 둔치와 제방 경사진 곳도 있는데
어찌 돌계단 틈에 자리를 잡았을까.
풍성한 가을 꽃 축제 소식이 이곳 저곳에서 들려온다.
코스모스, 구절초 그리고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 사진에 담고 추억을 남긴다.
휴대전화에 담은 예쁜 모습들은 빠르게 전달되어 퍼져 나간다.
돌계단 바위 틈, 철난간 바로 아래 핀 나팔꽃 한 송이는 어떤가.
계단을 내려서는 사람들 수도 적겠지만, 설령 내려간다 하더라도 눈에 띌리가 없다.
눈에 띈다하더라도 눈길을 끌지 못한다.
사진에 담는다는 것은 더욱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눈에 보였을까.
관심과 눈길의 대상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돌틈에 핀 나팔꽃은 마지막 불꽃의 힘을 쏟아내고 있다.
관심의 대상이 아니어도, 눈길을 주지 않더라도 본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려 한다.
자신이 보기에는 소외된 곳에 피어 애틋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돌계단 사이 핀 나팔꽃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나보다.
다행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팔꽃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순리에 맞춰 피고 지는 것이다.
사람도 그렇지 아니한가.
보통 사람들은 관심과 눈길을 받지 못한다.
순간적으로 무관심하다고 소외된다고 섭섭한 마음이야 생길 수 있지만,
전혀 그럴 일이 아니다.
돌계단에 핀 나팔꽃을 바라보니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누가 뭐라 하든 자신은 자신의 모습대로 피고 지면 되는 것이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든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 당당한 나팔꽃처럼 되기를 기대한다.
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줄기만 남았더라도 예쁜 꽃 모습을 지닌 것처럼 더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를 응원한다.
▶2023.10.31 - [또다른일상] - 비행 준비 마친 민들레, 새 생명의 시작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과 진달래의 만남 (0) | 2023.11.04 |
---|---|
펄럭이는 만국기와 운동회 추억 (1) | 2023.11.01 |
비행 준비 마친 민들레, 새 생명의 시작 (0) | 2023.10.31 |
모든 일에 때가 있다, 내가 할 일은 (1) | 2023.10.29 |
거꾸로 매달린 긴호랑거미 (2) | 2023.10.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