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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인생의 오답노트

by 명천 2022.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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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별하였다. 인생의 오답노트

 

호스피스 기념행사에서 참가자들에게 '나는 사별하였다'는 책을 선물로 주었다.

책 표지를 펼치고 목록을 살펴보았다. 제1장에는 공동저자 4명의 사별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 이정숙 님의 "인생의 오답노트" 부분을 펼쳤다.

 

학창 시절에 시험을 마치고 나면, 오답노트를 과제로 받은 적이 있다.

틀린 개수만큼 오답 노트의 쓰는 양도 늘어났다.

모두 맞은 사람은 오답노트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많이 틀린 사람은 몰라서 틀린 것인데, 그 많은 양의 오답 노트를 어떻게 만들어야 했을까.

적절하게 틀렸으면, 오답노트 만들기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학생이었을 때, 원하든 그렇지 않든 오답노트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자 님은 22년 동안 서로에게 좋은 아내와 남편으로 살아왔다.

시험이 끝난 후에야 어떤 문제가 왜 틀렸는지 깨닫게 된다.

 

남편과 사별하고 결혼이 끝난 후에야 오답이 보이고 이유를 알게 되었다.

22년 결혼생활의 오답노트 중 오답 하나를 기록했다.

 

일몰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일몰

 

◇ 당연한 것

나의 오답은 "당연함"에서 시작되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것이다.

남편과 사별 후, 남편이 해주었던 일들 중 어느 하나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인생의 오답노트를 보며, 공감하는 마음이 커졌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아내가 당연한 존재가 아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자녀가 당연한 존재가 아니다.

당연히 있는 존재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이다.

 

때때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때도 있다.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니 그럴 것이다.

 

가족들과도 언젠가는 사별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자녀들도 둥지를 떠나 각자의 둥지를 만들 것이다.

특별한 손님이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자기 자신도 당연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될 것 같다.

그것을 깨달을 때, 자신을 포함하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당연한 존재가 아님을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구절초
구절초 꽃말, 어머니의 사랑

 

◇ 감사할 일들

아침에 일어나면,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누구든 죽음을 맞이할 날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준비된 죽음도 있고,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도 본다.

그럴 때, 삶이 얼마나 허망할까.

 

하루 잘 보내고 탈없이 집으로 돌아왔다면 감사한 일이다.

내가 거할 수 있는 곳,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감사할 일이다.

 

오늘 하루 걸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내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고, 내 발로 화장실을 갈 수 있으면 행복이라 하지 않았는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수저를 들고 밥을 먹을 수 있으면 감사할 일이다.

내 발로 화장실까지 걸어가서 볼 일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감사할 일이다.

지금 내 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병원에서 입원 중인 분이 계속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을 보았다.

누워서 지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떤 분은 계속 누워서 지내야 하는 때도 있다.

개인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다.

 

누울 수 있으면 감사할 일이다.

앉을 수 있으면 감사할 일이다.

 

저자 님은 너무나 익숙하게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특별한 것임을 잊지 않는다면, 생이 끝나는 날 좋은 점수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인생의 오답노트를 쓰고 있다며 마무리했다.

 

내 인생의 오답노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익숙한 모습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데, 있을 때는 그것을 잘 깨닫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물건도 없을 때 아쉬움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가 있다.

"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오늘 하루를 보내며, 되새겨 볼 일이다.

2022.10.29 - [하루] - 북 콘서트, '나는 사별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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