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이면, 예쁜 꽃들이 주변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4월과 5월이면,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꽃 중 하나가 영산홍이다.
지난 봄 화려했던 영산홍
아파트 1층 현관문을 나서면, 양쪽 화단에 영산홍이 무성하게 자리 잡았다.
지난 봄 정원에는 가끔 하얀 꽃도 있지만, 붉은 영산홍이 정원을 뒤덮었다.
그 화려함은 눈길을 사로잡아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런데, 12월인 지금 영산홍 꽃일까.
매일 집 앞을 나서고, 돌아올 때면, 만나는 것이 영산홍이다.
꽃이 진지는 아주 오래 되었으니, 지금은 눈길을 끌지 못하는 시기이다.
11월 말까지만 해도 푸른빛이던 영산홍 잎이 12월 들어서면서 단풍 들기 시작했다.
같은 나무라도 꽃피는 시기가 다르고, 단풍 드는 시기가 다르다는 것은 자연의 변화를 통해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 화려하지 않았지만, 작은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나름대로 단풍 든 모습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봄같이 따스했던 겨울, 활짝 핀 영산홍
12월 중순 들어서도 봄 같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멀리 부산에서는 벚꽃과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겨울답지 않은 봄같은 겨울날씨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날,
늦가을 등산을 하다가, 진달래가 봉오리를 드러내고 핀 모습을 본 경우도 가끔 있었다. 12월 14일, 집 앞 화단에도 영산홍 활짝 핀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사진에 담았다.
화단에는 영산홍이 울창한데, 유독 딱 한 나무에서만 꽃봉오리가 여러 개 올라오고 활짝 핀 꽃도 보였다. 그 많은 나무 중 한 나무에서만 꽃을 피웠을까.
그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같은 곳, 같은 기온, 같은 햇빛 받으면서 대부분 겨울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 홀로 서서 꽃을 피우려 했을까.
그런데 일기예보를 보니, 봄 같은 날씨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내일부터는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눈 예보까지 전해지고 있다.
활짝 핀 영산홍은 때를 모르고 핀 것 같은데, 기온이 뚝 떨어져 영하의 날씨인 내일이면 어떻게 될까.
눈보라 치는 한파의 겨울, 고개 숙인 영산홍
둘째 날,
이튿날, 일기예보대로 밤새 눈이 조금 내렸다. 사람 다니는 길은 녹았지만, 손길 닿지 않는 곳엔 하얀 눈 그대로다. 문 앞을 지나면서 매일 만나던 영산홍, 그것도 활짝 폈던 영산홍 모습이 궁금해져 모습을 들여다본다.
가운데 있던 꽃봉오리는 그대로다.
활짝 폈던 꽃은 반쯤 고개를 숙였다.
꽃 위에는 어젯밤 내린 눈이 쌓인 채 녹아내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대로 붉은 꽃 색깔만큼은 어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그 빛을 유지하고 있다.
다행이다. 완충지대를 하루 선물한 것일까.
어제까지는 봄 같은 겨울날씨였는데,눈은 내렸지만, 오늘 아침 기온이 0도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
셋째 날,
그다음 날, 전국적으로 겨울한파가 찾아왔다. 밤새 불고도 지치지 않은 찬 겨울바람이 하루종일 이어서 불어온다. 창밖으로 보이는 깃발들이 바람에 쉴 새 없이 펄럭인다.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 같은 겨울날씨가 시작되었다. 바람 또한 어제와는 전혀 딴 바람이다. 문자 그대로 칼바람이다.
일기예보를 담당한 기상전문 기자는 올 들어 가장 추운 한파가 다가온다며, 야외활동을 줄이고 추위에 단단히 대비할 것을 보도하고 있다.
칼날같이 옷깃을 파고드는 셋째 날 아침, 집 앞을 나서면서 다시 영산홍 앞에 섰다.
어제는 반쯤 허리를 굽혔다면, 오늘은 허리를 완전히 굽혔다.
그럼에도 가운데 꽃봉오리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있다.
이 정도 겨울 한파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어제와 색깔이 달라졌다.
매서운 겨울바람과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씨에 얼어붙었다.
오늘처럼 매일 집을 나서면, 영산홍 정원 옆을 지나친다.
아파트 건물에 가려 겨울 내내 그늘 진 곳에서 영산홍은 내년 봄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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