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 온 듯하다.
무엇보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서 좋다.
올 여름 긴 장마와 폭염 속에서 잘 견뎌왔다.
9월로 들어서니 때에 맞춰 벼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폭우 쏟아지는 공원에서 마주진 꽃
밤새도록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 이어진다.
우산 받쳐들고 찾아간 공원 길에도 물 고이기 시작한다.
산책로 옆 잔디는 더 푸르게 보인다.
내리던 이슬비는 예보대로 폭우로 변신했다.
하늘이 뚫린 듯 장맛비는 넓은 공원을 순식간에 덮어 버렸다.
우산 위을 때리는 빗소리는 요란함이 절정의 순간이다.
좁은 오솔길 산책로를 지나며, 인사를 받는다.
주변을 독차지하고 있는 강아지풀들 계속되는 폭우에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허리를 굽히고 고개 숙이고 펼 줄 모른다.
내일이나 되어야 허리를 펼 수 있을까.
산책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데도 고개 숙여 인사하는 꽃이 보인다.
멀리서 바라보며 인사만 받고 지날 수는 없다.
활짝 핀 배롱나무로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 봤다.
그때까지도 허리를 깊숙하게 굽히고 있다.
배롱나무 꽃잎도 빗물 맺혔다.
꽃잎에 맺힌 빗물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울타리를 감고 올라 고개 들고 있는 나팔꽃,
해가 비치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그런데, 오늘은 안 될 것 같다.
구름이 지나가야 할 텐데, 금세 마음이 열릴 것 같지 않다.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던 나팔꽃도
결국, 힘이 빠졌다.
나팔꽃에 매달린 큰 물방물 만이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때가 있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잖는가.
때로는 힘이 다하는 때도 있다.
그래도 구름은 걷히고 폭우는 끝이 있다.
하루 종일 내릴것 같던 장맛비도 소강상태다.
곧 구름 지나고 비 그치면, 전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장맛비에 고개 숙인 꽃이 순리대로 잘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모두 고개를 숙인 것은 아니다.
망초는 폭우에 초연한 듯하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하얀 꽃도 흔들림이 없다.
지난 폭우와 폭염에 강하게 단련되었나 보다.
산책로 가까이 있는 화살나무도 그렇다.
나뭇잎은 더 힘 있게 보인다.
폭우와 폭염에 더 날카롭게 화살촉을 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폭우에 화살나무 더 강해진 듯하다.
가을 장마, 폭우 내리는 공원 산책로에서 고개 숙인 꽃들을 바라보며
맨발걷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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